2021년 11월 후원작품 - 전쟁의 상흔 上 (Pixiv Fan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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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ㅠㅠㅠ
그리고 죄송하게도 완결까지 한번더 기다려야될지도 모르겠네요.
늦은 새벽까지 혹시 기다려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일단 상편을 먼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백포함 약 33,000자
1.안나의 이야기.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가족들이 먹을 아침을 준비하고 밤사이에 키우고 있는 젖소와 양들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준비가 끝나면 비록 양치기견으로서 늙었지만 여전히 늠름하고 의지가 되는 네로와 아직 7살의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함께 양들을 방목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약혼자인 알렌이 나를 만나러 와주기로 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이자 주위에서도 점찍은 나의 반쪽. 그리고 얼마전 아버지가 그와 단 둘이서 만나 확답을 받고 약혼을 하게된 사이...... 미래의 낭군님인 그가 나를 만나러 온다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너무 설레서 너무 행복하였다.
나에게 있어서 마을과 조금 떨어진 산에서 언제나 매일 보는 가족들과 언제나 신경 써줘야하는 젖소와 양들의 생활은 사실 조금 지루하고 힘든 매일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하늘과 푸른 초목에 둘러싸여서 자유롭게 살았던 그 시절은 힘들고 지루하였어도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부모님에게 목장을 물려받아서 알렌과 함께 이곳에 대를 이어가면서 사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하고 매일 젖소와 양들과 씨름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었지만 그 고요하고 생동감 넘치는 인생이라는 것이 나는 좋았다.
<얼른 도망쳐라, 안나! 지금 옆나라의 병사들이 몰려오고 있어!>
하지만 나의 그럼 바램은 한순간에 깨졌다. 아침식사 도중 우리 목장에서 치즈와 우유를 받아가는 마을의 사냥꾼이 급하게 찾아와서 적군이 쳐들어온다고 나에게 숨을 헐떡이며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너무나도 현실감이 없는 소식에 한동안 멍해져서 움직일수 없었다. 우리 왕국이 이웃하는 왕국과 전쟁이 벌어졌다는 흉흉한 이야기는 몇번 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국경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이었고 아직까지 마을의 젊은 사람들이 징병된적이 없었기에 세상이 조금 흉흉하다고 생각할 뿐, 그것이 나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짜악-
<정신차리거라, 안나! 얼른 네 여동생과 짐을 챙겨야해!>
하지만 어머니가 나의 뺨을 때리고 재촉을 하고나서야 나의 정신은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급하게 집안에서 귀중한 물품부터 혹시 필요할지 모를 식량들을 급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언제나와 같은 하루라 믿었고,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특별한 하루가 될것이라고 생각했던 믿음이 한순간 부서졌다. 그리고 적군이 곧 이 마을로 덮칠 것이라는 무서운 현실이 나를 짓누른다.
그렇게 나의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았고 내가 태어나서부터 평생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살것이라고 믿었던 목장을 우리는 떠나야만했다. 사랑스러운 우리집의 젖소들도, 개구쟁이인 양들도 급하게 도망가라고 풀어주고서......
나는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도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 아직도 모른다.
이웃왕국의 젊은 왕이 우리왕국의 영토와 그곳에 나는 식량이 욕심이 나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왕국의 왕자님이 이웃왕국의 공주가 마음에 들어서 차지하기 위해 도발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심지어 이웃왕국과 우리왕국의 공주님끼리 눈이 맞아버려서 함께 도망쳐서 책임을 물었다는 너무 허황된 이야기도 들었다.
푸욱-
하지만 이제와서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 결국 저 웅장하고 근사한 성에 사는 높은 사람들이 일으킨 전쟁이 어떤 이유로 벌어졌다고 알게 된다고해서 내가 할수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몸을 비틀고 웅크리며 전쟁이 끝나길 비는 수밖에 없다. 셀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끔직학게 죽고 많은 도시와 마을이 불타버린 전쟁에서 한낱 평민의 젊은 여자인 내가 할수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나의 소중한 것들을 이 가늘고 힘없는 양팔로 꽉 끌어안고 가슴에 품는 것 외에는......
끄... 끄어억
푸욱-
하지만 나에게 더 이상 소중한 것들을 남아있지 않았다..
나를 지켜주던 부모님과 네로도, 내가 지켜야할 여동생도 전쟁으로 인해 모두 잃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가진 것이라고는 나를 덮치려고 했던 이 더러운 거렁뱅이를 유혹하는 순결한 처녀의 몸과 얼마 남지도 않는 한줌의 식량과 재산뿐이었다.
나는 남자의 목에 남자가 가지고 있던 이빨 빠지고 더러운 조잡한 단검을 마저 쑤셔박아넣어주었다. 날도 상하고 이빨도 가버린 칼날은 제대로 박히지 않아서 몇번이고 다시 찔러넣어서야 겨우 더러운 남자의 목에 톱날처럼 살을 파고 들어갔다. 방금전까지 나를 향해 욕정어린 눈을 번뜩이며 무방비하게 다가오던 남자는 그전에 쇼크를 받아서 이미 절명해버렸다.
"돌아가야해."
나에게 이제 살아갈 희망도, 용기도 없었다. 그래서 몇번이고 죽으려고도 하였다. 하지만 쉽사리 죽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슬픔에 잠겨 있던 어느날 지나가던 마을에 있는 작은 목장을 보고 나에게 아직 할일이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전쟁으로 인해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은 나이지만 그렇다고 이 목숨을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 이미 잃어버린 가족들을 위해서도 살아남아야한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우리 가족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간직된 그곳,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야한다.
그것이 홀로 살아남은 나의 속죄이며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부모님과 여동생, 네로를 위해서 우리 가족들이 살았던 기억과 흔적을 잊지않기 위해 반드시 내가 해야될 일이다. 그것이 이 죽지도 못하고 살아남은 여자에게 남은 유일한 구원이라 믿으며 나는 7년전에 떠나버린 고향을 찾기 위해 어렵게 정착했던 마을의 모든 재산을 전부 처분하고 홀로 여행을 나섰다. 새롭게 사귄 사람들과 친구들은 모두 말렸으나 나는 끝끝내 그것을 모두 물리치고 그저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짓고 그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들의 말은 옳았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 젊은 여자 혼자의 여행이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이미 엉망인 이 상황에서 여자의 몸으로 혼자서 귀향한다는 것은 미친짓이었다.
"거의 다왔어..."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제 곧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았던 그 목장에 거의 도착하였다.
분명 하늘에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나를 보살펴주신 것이리라. 그렇게 믿으며 나는 칠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기억과 다를바 없는 익숙한 풍경을 지나 내가 살던 목장이 있던 산쪽으로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며 걸어간다.
"알렌......"
어째서일까?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 사람의 이름이 입밖으로 흘러나온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회색빛의 심장이 다시 한번 뜨겁게 뛰기 시작하였다. 이런 감정은 전부 아픔으로 태워버리고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도 첫사랑을 다시 떠오르자 그 시절의 순진무구한 소녀처럼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보고 싶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그 사람과 갑작스럽게 이별하고 칠년이나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약혼자였던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곁에 없는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여전히 마음속 깊이 그를 의지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시 떠오른 그 사람을 생각하자 감정이 격해지고 가슴이 아파온다.
다시 한번 그가 보고 싶다. 서로의 체온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 나는 그의 다정한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을 더듬어가며 다시 걷고 또 걷는다. 만약 그 사람도 살아있다면 다시 만나고 싶다. 이제 아무도 곁에 남아있지 않은 내 곁에 그만은 돌아와달라고 하늘에 계신 신님에게 나는 나지막하게 말하며 빌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그와 다시 재회한다면 함께 이 목장에서 칠년전에 이뤄졌어야할 우리들의 미래처럼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 비록 내가 꿈꿔왔던 미래와는 달라졌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도 나에게 충분하였다.
그런 너무나도 허황되고 꿈만 같은 미래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의 지쳐버린 기분을 달랠수 있었다. 그리고 칠년이 지난 지금에도 낯설지 않고 익숙한 길들의 흔적을 기뻐하며 걷는다. 떠날때에 비하면 수풀이 많이 생겨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길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나는 기뻐하며 점점 벅차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른다. 하지만 나의 감정과 달리 다리는 마치 발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너무나도 가볍고 산뜻하였다.
"아아아-!"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서 보이는 가족들의 추억과 기억이 남겨진 집과 목장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자 나는 더 이상 감정을 누를수가 없었다. 입에서 스스로도 걷잡을수 없는 환희와 기쁨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비록 갑작스럽게 떠날 때와 비교하면 조금 달라졌지만 우리 가족들의 보금자리이자 추억을 간직한 고향이었다. 그것이 무사히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였고 동시에 너무나도 길고 고된 귀향으로 인해 지쳤던 나에게 이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큰 보상이었다.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칠년만에 돌아온 나의 아늑한 집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래, 나는 돌아온 것이다. 우리의 집으로......
""......""
그리고 나는 더이상 이 집이 나만의 보금자리가 아니라는 수많은 흔적이 남은 이곳에서 처음 보는 금발머리의 여자와 거실에서 마주하였다.
2.마리의 이야기.
<도망가거라! 마리!>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아버지의 외침이 귓가에 생생하게 울린다.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기위해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이웃나라의 병사를 막으면서 우리 가족들을 도망치게 하셨다. 나는 아직 갓난아기인 남동생을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기인 남동생의 애통한 울부짖음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려온 것은 아버지의 단말마였다.
<우아아아아!!!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하핫! 모두 죽여라! 이놈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뺏어!>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뒤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맹추격을 하여 내 뒤를 따라왔다. 예고도 없이 침공해온 이웃왕국의 병사들로 인해 나름 국경지역에서 큰마을이었던 나의 고향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되었고 수많은 피난민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와서 사람들을 죽이고 겁간하고 약탈하는 병사들이 뒤섞이면서 피와 고함이 난무하는 혼란이 벌어졌다.
<마리! 마리! 어디있니!>
그 혼란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밀쳐버렸고 나는 넘어졌다. 그리고 그탓에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했던 어머니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격렬한 인파의 파도에 휩쓸려가는 연약한 어머니가 나를 애타게 불렀고, 나 역시 어머니와 동생의 이름을 외치며 손을 뻗었지만 신님께서는 매정하게도 우리 가족을 갈라놓으셨다.
어떻게든 잃어버린 어머니와 동생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찾아다녔다. 하지만 사방이 화염과 피냄새로 혼란스러웠고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울부짖고 몸부림치는 탓에 어머니를 찾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혼란한 와중에도 짐승처럼 여자를 강간하려는 미친자들이 있었고 그들이 나를 덮치기도 하였다. 그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생명에게는 너무나도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 것을 손에 묻히고 나서야 실감할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잃어버린 어머니와 동생을 찾기 위해서 고향을 떠나가는 피난민의 행렬을 따라갔다. 그안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찾았지만 끝끝내 찾을수 없었다.
파악-
그뒤로 피난민의 행렬속에서 나는 정말 많은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들을 겪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먹을수 있는 것은 모두 먹었다. 사람을 믿었다가 배신당한 뒤로는 더 이상 나 자신 이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다. 시체를 보면 무엇인가 건질 것이 없었는지 먼저 살폈고 살아있다면 목에다가 칼을 박아넣고 훔쳤다. 그렇게 겨우겨우 적군의 병사들에게 살아남은 피난민들의 행렬에 따라가면서 내 잃어버린 가족들을 수소문하고 있을 때였다.
<멈춰.>
어느 이름모를 마을의 자경단이라는 사람들이 이 이상 접근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피난민의 행렬들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굶주림과 스트레스로 이미 한계까지 몰린 피난민들이 이대로 물러날리 없었다. 이미 고향까지 버리고 가족도, 재산도 잃은채 겨우겨우 목숨만 남은 사람들이었다. 이 이상 잃은 것도 없는 굶주린 난민들이 멈추라고해서 멈춰질리 없었다. 그대로 도망쳐온 난민들과 마을의 자경단들 사이에서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싸움이 벌어졌다.
자경단은 무장도 어느 정도 갖춰져있고 훈련도 되어있었지만 머릿수가 적었다.
난민들은 너무나도 변변한 무장도 없고 허약해진 상태였고 통제가 되지 않았으나 그 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기에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어느 이름모를 마을은 분노한 난민들의 분노와 굶주림으로 인해 지도에서 사라졌다. 우리가 이웃왕국의 병사들에게 당했던 것처럼 난민들 역시 같은 나라의 사람에게 똑같은 짓을 저지르면서 죽이고 약탈하였다. 그뒤로도 이런 일이 두어번 더 벌어졌다가 왕국의 병사들에게 도적떼로서 토벌되었다고 들었다. 그때에는 이미 난 몸을 빼고 다시 내 잃어버린 가족을 찾으러 떠났기 때문이다.
파악-
그리고 나는 칠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머니와 동생의 얼굴을 볼수 없었다.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수차례의 목숨과 정조를 위협받으면서 필사적으로 찾았으나 끝끝내 내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을수 없었다. 아버지가 부탁한 나의 섬세하고 가냘픈 어머니와 아직 어린 남동생......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이 나를 옭아메고 서서히 자신을 갉아먹어갔다.
이대로 자신만이 살아있는 것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죄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년전 우연히 지나가던 이 목장에서 목을 매달고 죽으려고 하였다.
<안돼!>
콰쾅
그리고 목을 매달고 버둥거리던 나를 살려준 것이 알렌이었다.
알렌은 바닥에 떨어져서 크게 다친 나를 보살펴주었고 나를 위로하며 간호해주었다.
그는 말했다. 어떤 일이 있든지 살아있는 목숨을 소중히 여겨야된다면서. 이렇게 허무하게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은 네 가족들도 원치 않을것이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버릴려고했던 내 목숨을 이 사람에게 주기로 하였다. 본래라면 이미 끊어졌어야할 목숨을 구한 것이 알렌이었다. 그러니 이 목숨을 나를 살린 그에게 주어도 좋다고...... 나는 생애 처음으로 느낀 너무나도 강렬한 사랑을 느끼며 그의 말대로 살아남기로 하였다.
"하아... 정말이지 성가시네."
나는 알렌과 나의 보금자리를 노리고 몰래 숨어들어왔던 쥐새끼를 땅에 묻고서는 비웃었다.
알렌은 아침마다 불편한 다리로 적지는 않지만 키우기에는 충분한 십여마리의 양떼를 이끌고 방목하러갔다. 나는 그 사이에 이 목장에서 단 하나뿐인 젖소를 돌보고 있을 때 이 쥐새끼가 집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쥐새끼의 말로는 배고파서 어쩔수 없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이 쥐새끼를 용서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묻어버렸다. 이곳은 알렌으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 나의 고향이자 그와의 소중한 보금자리다. 원래 내가 살았던 고향은 이미 잿더미가 되었고 그곳은 결국 이웃왕국의 땅이 되어서 돌아갈수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되어서 사람이 살수 없는 곳이라고 지나가던 난민에게 들었다. 그래, 이제 나에게 남은 고향도 가족도 없다.
이제 이곳이 나의 하나뿐인 가족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곳이다.
"알렌......"
벌써부터 그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아직 마음속에 잃어버린 가족들에 대한 공허감은 남아있었고 이것은 평생 지울수 없는 상처다. 하지만 이제 알렌만 곁에 있다면 아픔과 슬픔을 이겨낼수 있었다. 그렇기에 얼른 알렌이 돌아오면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해줄까 생각하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귀가하였을 때였다.
""......""
누군가가 열어놓은 문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자 처음보는 붉은 머리의 여자가 거실에서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에 서있었다.
3.최악의 만남
"죄송하지만 누구시죠? 오늘 남편에게는 손님이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마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문을 닫고 거실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갑작스럽게 방문한 불청객에게 대해 강한 경계심과 적대감을 숨길 마음은 조금도 없어보였다.
"......저야말로 묻고 싶군요, 부인. 당신들은 이곳에서 얼마나 지내셨죠?"
안나는 조용히 몸을 돌리며 지금 거실로 들어온 여자와 마주하였다. 차분하고 고요한 표정과 목소리가 그녀와는 이지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안나의 떨리는 눈동자에는 그녀의 감정이 전부 숨겨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질문에는 질문으로 대답하시는건가요? 죄송하지만 초대받지 못한 손님에게 대답해드릴 의무는 없군요."
마리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문을 열고 안나를 향해 문밖으로 손을 가리켰다.
"부디 조용히 나가주세요. 곧 그 사람이 돌아올텐데 두번이나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군요."
"하...... 그말을 그대로 돌려드죠, 부인. 이곳을 내가 살았던 집이고 이 집의 주인은 손님은 내가 아닌 당신이랍니다."
안나는 싸늘한 웃음을 짓고서는 마리를 향해 천천히 마치 유령처럼 스르륵 다가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상대와 거리를 둔 상태에서 위협적인 살기를 띄우며 금발머리의 여성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야말로 겨우 고향으로 돌아온 기쁜 날에 또 다시 피를 묻히고 싶지는 않아요, 부인. 그러니 조용히 말할 때 떠나세요."
"후훗, 어이가 없군요. 정말로 당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는 증거가 있나요? 설령 맞다고하더라도 버리고 떠난 주제에 이제와서 돌려달라고하다니...... 참으로 우습군요. 떠냐아될건 제가 아니라 당신이랍니다?"
빨강머리의 여성에서 나오는 살기를 마리는 조용히 받아넘기며 마치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처럼 비웃는다. 그러고는 빨강머리에게 오히려 한걸음을 더 나아가서 서로의 거리를 좁히며 상대의 위협적인 살기에 지지않고 자신 역시 끔찍한 살기를 내뿜으며 대치하였다. 하지만 여유롭게 상대를 조롱하며 미소를 거두지 않는 것과 달리 마리는 상대 역시 자신처럼 상당히 손에 피를 묻은 인간임을 깨닫고 마음속의 여유도 사라졌으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그래요, 당신 말대로 내가 이 집에 살았던 증거는 남아있지않아요. 갑작스럽게 전쟁이 나서 피난을 갔을 때 많은 것을 잊어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당신이 이곳에 눌러앉았다고해서 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특히...... 당신처럼 고향을 벗어난 떠돌이가 하나둘쯤 사라진다고해서 누군가 신경쓸 세상은 아니잖아요?"
금발머리의 여성가 오히려 살기를 내뿜으며 한걸음 더 다가왔을 때 안나는 조금 놀랐지만 결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서로 물러서지 않는 기세의 싸움에서 밀리는 순간 그것은 바로 죽음으로 직결된다. 그렇기에 안나 역시 금발머리의 여성을 향해 비웃음과 위협을 섞어가면서 다시 한번 강하게 도발하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 역시 이제 서로 살짝만 손을 뻗어도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까지 상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상대에 뿜어져 나오는 살기와 빈틈없는 자세를 보고 금발머리의 여성 역시 자신 못지 않게 손에 피를 묻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몇년만에 살이 떨리는 긴장감으로 숨이 막힐것만 같았다.
""......""
그리고 더이상 상대와의 말싸움은 무의미한 것임을 판단한 두 여성은 이 시대에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었고, 특히 이 혼란스러운 지옥도 같은 세상에서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번쯤은 경험해볼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슈욱-!
쉬익-!
그것은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타인의 숨통을 끊은 일이었다.
빨강머리는 몸에 걸치고 있던 망토에 숨겨뒀던 날선 단검을 휘둘렀다.
금발머리는 치마자락 속에 남몰래 감춰뒀던 날카로운 단검을 휘둘렀다.
양쪽의 나이프가 상대를 향해 휘두를 때 금발머리는 재빨리 옷자락을 스치며 피하였고, 빨강머리는 망토자락으로 시야를 차단하여 피했다.
"이제 이 집은 내가 살아갈 곳이야! 그러니 사라져줘야겠어! 불결한 빨강머리 창녀!"
"나는 이제 두번다시 뺏기지 않아! 이곳은 내 소중한 집이야! 더러운 금발머리 창부!"
서로에게 욕설과 살기를 퍼부우면서 두 여성은 나이프를 휘두른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프를 휘두르는 것이 아닌 거실에 상대의 공격을 방해하거나 위협이 될수있는 모든 것을 흉기로 삼아서 서로에게 던지거 휘둘렀다. 안나는 거실에 있던 작은 손도끼를 잡고 그대로 마리를 향해 던졌고, 마리는 곧장 탁자를 엎어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마리는 언제나 차고 있던 주머니에 가득담긴 모래를 안나의 얼굴을 향해 흩뿌렸고, 안나는 재빨리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바닥을 굴러 거리를 벌린다.
흐읏-!
크윽-!
재빨리 접근한 마리와 빠르게 일어난 안나의 단검들이 서로 미세한 상처를 입히며 스쳤다. 안나는 왼쪽 팔에 세로로 옅은 상흔이 생겼고, 마리는 오른쪽팔에 가로로 얕은 상처가 남았다. 입고 있던 옷 때문에 크게 상처를 입지 않았지만 새하얀 피부에 흘러나온 붉은 피가 흐르면서 두 사람의 옷에 서서히 붉은 반점이 번져갔다.
"나의 소중한 장소를 빼앗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창부!"
"나는 이제 더 이상 두번 다시 소중한 곳을 뺏기지 않을거야! 창녀!"
""사라져! 방해물!""
다시 일어나 균형을 잡은 두 여성은 넓지 않은 거실에서 또다시 단검을 휘두르며 진심으로 상대를 죽이려들었다. 도중에 안나의 주먹에 안면을 얻어맞은 마리가 나이프를 놓치고, 끝장을 보기위해 달려오는 안나를 향해 마리가 배에다가 황급히 발길질을 하여 안나가 손에서 나이프를 떨어뜨릴 때까지 두 여자의 옷은 물론 사방에 그녀들의 단검이 남긴 칼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주었다. 그리고 이제 칼날이 스치면서 갈라진 옷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새하얀 여성의 피부와 나이프가 스치면서 생긴 얕은 상처에서 흐르는 미량의 피를 흘리면서 두 여성은 거실을 구르면서 서로에게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폭력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하였다.
퍼억-! 퍼억-!
마리가 안나의 위로 올라타서 빨강머리 카락을 붙잡고 주먹질을 난타한다.
퍼억-! 퍼억-!
안나가 마리를 넘어뜨려서 올라가서는 금발머리를 잡고 바닥에 내팽개친다.
주먹으로 상대의 창녀 주제에 곱상한 얼굴이나 사치스러울 정도로 크고 무거워보이는 젖가슴을 가격한다. 무릎으로 상대의 허벅지나 배를 찍었고 심지어 은밀한 그곳에 가격하기도 했다. 뾰족한 손톱으로 상대의 얼굴과 목덜미등등 노출된 곳에 다시 선명한 상흔자국을 친히 남겨주는 두 여성은 보답으로 새파란 피멍을 남겨주어 보답하였다. 안나의 코에서 코피가 터지고, 마리의 입술이 터져서 핏물이 흘렀지만 두 여성은 아픔과 고통에 눈물과 침을 흘릴 뿐 상대에 대한 살의와 증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불타기 시작하였다.
"빨리 죽어! 창부!"
"너나 죽어! 창녀!"
만약 두 여자의 실력, 끈기, 신체등등 어느것 하나라도 차이가 났다면 이미 진즉에 승부가 났을것이다. 싸움에서 진 여성은 저 차가운 바닥에 싸늘하게 쓰러져서 서서히 온기를 잃고 식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여성 모두 그 가냘픈 몸과 스물하나라는 젊은 나이에 비해 싸움은 익숙하며 근력은 일반적인 여성들에 비해 강하다지만 결국 여성이라는 범위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그에 반해 정신력 하나만은 끝까지 버티는 오기와 인내만 보더라도 무척이나 참을성있고 강하였기에 고통스러운 상대의 잔인한 폭력 속에서도 상대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치명적인 일격은 끝끝내 서로 허용하지 않은채 두 여성은 길고 지루한 진흙탕과 같은 폭력의 늪에 빠져서 그 아름다운 외모와 신체에 점점 심한 상처를 늘려갔다.
하지만 결국 두사람이 그 나이의 젊은 여성들에 비해서 체력이 좋고 싸움에 익숙하다고한들 결국 일개 평범한 여성일뿐이었다. 이대로 싸움이 계속되었다면 결국 하나 혹은 양쪽 모두 목숨을 잃거나 돌이킬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두사람 모두 그만둬!"
하지만 누군가가 직접 몸을 던지며 그녀들 사이에 끼어든다. 그것이 당장의 다툼을 멈출수 있기에 행운일지 아니면 앞으로 벌어질 더욱 잔혹한 미래를 생각하면 불행일지 알수는 없지만...... 이 세상이 엉망이 되더라도 그저 방치하고 지켜보고만 있는 무책임한 신님께서만 알것이다. 서서히 힘이 다해감에도 끝까지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로 걷어차며 함께 바닥을 뒹구는 두 여자의 사이로 한명의 남성이 직접 몸을 던지고 끼어들면서 두 여성의 싸움을 강제적으로 멈추었다.
""알렌...?!""
그리고 오늘 이 순간까지 서로의 존재조차도 몰랐던 두 여성은, 이제 그녀들이 서로 증오하게 될 또 다른 이유이자 앞으로의 자신들의 싸움을 더욱 불태울 불씨가 될 남자의 이름을 동시에 외친다. 안나는 그토록 원하던 사랑하는 이가 살아있었다는 사실에, 마리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상황판단이 빠르고 눈썰미가 좋은 그녀들은 상대의 반응을 보고 눈앞의 여자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아는 사이라는 것과 자신의 남자에 대해 한순간 보이는 그 강렬한 감정을 단번에 깨닫는다.
"두 사람 모두 제발 멈춰줘... 부탁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소중히 여기던 두 사람 모두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분명 오해가 있었을거야! 그러니 그 오해를 풀면 두 사람 모두 이렇게 싸우지 않아도될거야!"
알렌은 두 사람을 양팔로 동시에 끌어안으며 그녀들을 진정시키려하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집에서 돌아오자 자신과 과거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여성과 지금 함께 동거하면서 사실상 사실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상대를 부수기 위한 잔혹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전쟁으로 많은 아픔과 상실감을 느낀 그에게 전쟁이 끝난 지금 또다시 소중한 것을 잃을수 없었다.
<<용서할수 없어...!>>
하지만 여성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상대가 자신의 소중한 장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남자 역시 빼앗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 두 여자는 상대를 향한 증오를 더욱 불태웠다. 하지만 자신이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몸소 끼어든 사랑하는 남자의 만류를 뿌리칠수 없기에 두 여성은 어쩔수 없이 사투를 중단하였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알렌이라는 소중한 남자를 위한 것이었을 뿐 결코 그녀들은 상대의 존재를 용납한게 아니었다.
<<반드시 저 여자를 지워주겠어.>>
그러나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어쩔수 없이 한발 물러서지만 결국 둘은 부딪힐 운명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때에는 어느 한쪽이 완전히 사라져야 싸움이 끝난다는 것을...... 여자로서의 직감 혹은 암컷의 본능이 두 여자에게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이 그렇게 멀지 않은 날에 찾아올 것임 마리와 안나는 확신하며 얼마나 갈지 모를 불완전한 휴전을 맺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랑하는 청년, 알렌을 위한 배려이며 그저 임시적인 휴전일뿐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저 여자를 없애고 알렌을 독차지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안나와 마리라는 두 여인의 사랑하는 남자와 소중한 보금자리인 집과 목장을 사이에 둔 살벌하고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적과의 동침이었다.
4.위험한 동거.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안나와 마리의 동거가 어느새 삼개월이 지났다.
이 사납고 굶주린 맹수를 좁은 우리에 가둔것과 같은 위험한 동거라는 점을 생각하면 예상보다 더욱 길게 온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마리와 안나의 사이가 어느날 신님의 축복과 같은 기적을 목도하면서 상대에 대한 자비와 애정을 눈을 떳다거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언제나 최고조였으며 그저 사랑하는 알렌 때문에 상대를 필요이상으로 심한 상처를 입힐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알렌은 삼개월이 지난 지금도 안나와 마리가 서로 상처를 입히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으며, 평소에는 가능하면 두 사람이 단둘이서만 남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었다. 알렌은 언제나 한사람을 자신의 곁에 두었으며 그것도 번갈아가면서 마리와 안나에게 각각 시간을 내주었다. 물론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이라거나 함께 가축들을 돌봐야할 때에 마리와 안나의 신경전이나 의견차이등으로 서로 다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였지만 알렌은 어느 정도선에서만 제지하였다. 이런식으로라도 두 사람 사이의 불만을 해소하지 않으면 분명 더 큰싸움으로 번질것이니 미리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것은 알렌도 알고 있었다.
알렌은 매일 고민하고 고민하였다. 안나와 마리,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사랑하며 그 때문에 연적인 상대를 거슬려한다는 견딜수 없는 사실을. 하지만 알렌은 이미 잃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약혼자와 지난 이년동안 새롭게 쌓아올린 깊은 정이든 연인을 자신의 손으로 버린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어느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렌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쪽이 질려서 떠난다고하면 이 목장이 있는 산아래에 새로운 이주민들이 정착하고 있는 마을에 살수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리와 안나, 두 사람과 각자 처음으로 몸을 섞는 날 침대위에서 자신의 귀에 달콤하게 속삭이는 두 사람은 결코 자신과 이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그 연적이 미워서 견딜수 없지만 알렌이 자신만을 사랑해준다면 견딜수있다고 말하며 알렌에게 자신을 선택해줄 것을 애처롭게 간청하기도 하였다.
<저는 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알렌. 이제 더이상은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마리는 지난 이년동안의 동거 중에는 단 한번도 자신에게 몸을 요구한적이 없었다. 그녀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있다고 말했으며 아직 잊지 못했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하였다. 보통은 이런 경우 여성쪽에서 화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마리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다려주겠다고 하면서 조용히 기다려주었다.
그런 마리가 안나의 등장 이후로는 적극적으로 어프로치하였고 처음으로 그녀에게 밀려넘어져서 깊고 진한 정사를 나누었다.
<나는 두번 다시 당신과 헤어지고 싶지않아요, 알렌. 부디 곁에 있게해주세요.>
안나와는 어렸을때 알고 지낸 소꿉친구였고 그것이 사랑으로 발전한 관계였다. 자신이 기억하는 안나는 언제나 의지가 되면서 한편으로 애정이 많은 사랑스럽고 순진무구한 여자였다. 하지만 칠년만에 본 그녀는 몰라보게 변해있었고 예전에는 자신의 얼굴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던 소녀는 어느새 자신의 품에 안겨서 천천히 밀어넘어뜨리고서는 사랑한다고 적극저으로 말하는 여인이 되어있었다.
아마도 안나는 마리의 존재에 큰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였고 자신의 위에 올라탄 그녀와 농밀하고 끈적한 사랑을 나누었다.
<<알렌...!>>
너무나도 위험한 동거였다. 결국 언젠가 마리나 안나 혹은 양쪽 모두의 갈등이 한번 점화되서 기어코 터지는 날에는 두사람에게 더이상 자신의 말이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의 몸에 진하게 베여있는 피냄새나 평소 지니고 다니는 은밀하고 위험한 물품들을 보건데 두 사람 모두 사람을 죽이는 것에 익숙하고 능숙하였다. 전쟁이 터지고 지옥같은 전란 속에서 다시 이 목장으로 돌아오는 4년동안 한쪽 다리를 다쳐서 장애를 얻은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결국 이 눈썰미 덕분이었다.
"안나, 마리..."
알렌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두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읆조리며 고민하였다. 두 사람 모두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없었기에 자신이 할수있는 것은 그저 두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든 조정하고 케어하면서 마지막선을 넘는 위험의 직전에 직접 몸을 던져서 제지하는 일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사람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 흉기를 쓰지말 것을 각자의 밤자리에서 사랑을 건 맹세를 했기 때문에 적어도 돌이킬수 없는 상황은 어느 정도 모면할수 있을 것이다. 아예 싸움을 금하지 않는 것은 마리와 안나에게 거기까지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힘들었고, 한번 감정이 터지면 지팡이를 의존하는 자신이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미움도 커지는 리스크도 있지만 적어도 시간을 벌기 위해 감정을 해소시켜야할 수단으로서 어쩔수 없이 막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두 사람이 서로 뒤엉켜서 싸우거나 험한 욕과 난폭한 도발을하면서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거나 듣기도했지만 알렌은 막지 않았다. 그 때문에 양쪽 모두 상처를 입지만 이 이상 더 큰 싸움으로 번져서 돌이킬수 없는 것보다 나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타이밍을 보다가 더 심해지기 전에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 안나와 마리가 더 큰상처를 입기전에 막기도 하였다.
"네년이 나에게 목장일에 대해서 가르쳐들려고 하지마! 창부!"
"적어도 네년이 도망간 동안 이곳의 사정은 내가 더 잘알아! 창녀!"
짜악-! 짜악-!
"알렌이 불쌍해서 다시 받아준 빨강머리 좆집 주제에!"
"알렌이 동정해서 주워진 금발머리 씨받이 따위가!"
멀지 않은 곳에서 잠시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가 창문너머로 들렸다. 말다툼은 어느새 손찌검을 시작으로 알렌 앞에서 절대하지 않을 외설스러운 욕설과 폭력이 오고가는 소리가 섞여들린다. 아무래도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양들을 먹일 목초지를 어디로할지를 두고 안나와 마리의 의견이 엇갈린 것 같다. 얼마전부터 이 문제를 두고 계속해서 싸우고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의견은 팽팽히 갈렸는데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후우..."
알렌은 일단 싸움을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쉬며 지팡이를 짚고 또각또각 계단을 내려간다. 예전에 이 집에서 키우던 양치기견인 네로를 그리워하며, 어떻게하면 평화롭게 두 사람 사이의 중재를 하고 무사히 이번 겨울을 넘길까 알렌은 고민하고 고민하였다. 하지만 마리와 안나가 나란히 웃으면서 서로 화기애애하게 웃는 미래는 알렌으로서 도저히 머릿속에 상상이 되지 않았다.
5.예정된 파멸.
1개월이 지나고 매서운 겨울이 오기전에 마지막으로 양들을 살찌우기 위해서 조금 거리가 있는 목초지로 알렌은 떠났다.
처음에 알렌은 어느 한쪽을 데려가야될지 고민을 하였다.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에 두 사람만 남겨놓고 떠나는 것인데 걱정이 안될리가 없다. 게다가 이번에 가는 목초지는 이 목장에서 2,3일이나 떨어진 곳이다. 알렌이 아무리 빨리 돌아온다고해도 왕복으로 무려 닷새는 걸린다. 그 닷새 사이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한명을 데려가는 것도 싶지 않은 선택이다. 한명을 선택하면 나머지 한쪽이 알렌을 독점한다고 반발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 모두 데려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지킬 사람이 없다는 것이니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알렌이 이 때문에 깊은 고민을 빠졌을 때 알렌을 설득한 것은 안나와 마리 두사람이었다.
"이곳의 일은 너무 걱정하지말고 조심히 다녀와요, 알렌."
"알렌, 적어도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이곳은 괜찮을거에요."
마리와 안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알렌에게 다녀오라고 말하였다. 한달전이었다면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최근 들어서 안나와 마리의 사이에서 싸움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었다. 사실 어느 정도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간간히 보였지만 두 사람 모두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해서 무시하기로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알았어, 그럼 두 사람을 믿고 다녀도록 할게."
실은 알렌이 모르는 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알렌이 전부 파악할수 없는 부분이었고 자신이 마음대로 두 여성의 프라이버시에 발을 디뎌서는 안되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아직 평행선이지만 적어도 무조건 상대를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수 있다. 게다가 알렌도 지금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해서 양들을 데리고 빨리 풍족한 목초지로 가야되는만큼 이 이상 시간을 허비할수 없었다. 그렇기에 다음날 알렌은 마리와 안나의 배웅을 받고 조용히 양들을 데리고 목장을 떠났다.
스윽-
알렌은 저 먼곳까지 왔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지켜보고 배웅하는 두 아름다운 자신의 연인들을 보면서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조용히 숲속으로 사라졌다. 겨울이 오기전의 조금 쌀쌀한 날씨이지만 하늘이 푸르고 공기가 맑은 날이었다. 알렌은 제발 자신이 돌아올동안 자신은 물론 집에서도 무탈하기를 기원하며 양들을 인도하며 목표로 정했던 목초지로 나아간다.
""미안해요, 알렌.""
하지만 알렌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앞을 보며 나아가는 순간 안나와 마리는 알렌에게 조용히 사과하였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와의 약속을 자신의 이기심으로 어기게 되는 가냘픈 여인의 진심어린 사과였다. 하지만 슬픔과는 별개로 두 여성의 눈에는 강한 결의와 각오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가증스럽게 자신의 남자를 향해 추악한 욕망을 흘리고 있는 연적을 진심으로 혐오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두 여성의 일그러진 표정은 그야말로 지옥의 악마와도 같았다.
"정말이지 당신은 뻔뻔하게 알렌을 속였구나. 금발창부."
"그런 너는 가증스럽게도 알렌에게 잘도 거짓말을 했잖아. 빨강창녀."
같은 남자를 사랑하며, 서로를 너무나도 증오하는 두 여성이 몸을 돌려서 서로 마주한다.
이런 변경의 시골에 사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젊고 아름다우면서도 건강한 여체를 가진 두 여인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그날처럼 서로 살기로 위협하면서 거리를 좁혔다. 아니... 어느새 그때와 달리 더욱 가까이 상대에게 다가가 그 탐스러운 젖가슴이 옷너머로 충돌하여 서로의 존재를 주장하고 새하얀 이마를 맞대고 오똑한 코끝을 서로 닿는다.
시커먼 감정을 악의적으로 상대를 향해 분출하는 보석같은 아름다운 눈동자들이 서로 마주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증오와 미움, 살의를 하나도 남김없이 맞부딪히는 두 여성. 당연하게도 두 여성 모두 알렌과 이 목장을 눈앞의 연적과 절대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알렌을 유혹하는 저 천박한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그 고기들을 저 숲속에 던져서 짐승들의 먹이로 던져주고 싶었다.
그러나 알렌에게 숨기고 저 흉측한 매춘부의 시신을 처리하자니 알렌에게 절대 어떠한 흉기는 물론 독약의 범위까지 사용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 탓에 제거한후의 뒷처리를 은밀하게 숨기는 일은 힘들었다. 자신이 저 여자를 죽인다면 분명 난잡하게 피와 고기를 사방에 흩뿌리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그 모습을 알렌이 직접 보기로 했다가는 두번 다시 자신을 봐주지 않을 것이다.
두 여자에게 있어서 상대는 씹어죽이고 싶은 연적이지만 알렌에게는 아무튼 세사람이서 한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렌은 당분간 없다. 적어도 약 동안 그녀들이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방해받지 않을수 있었다. 그정도 시간이면 눈앞의 불결하고 더러운 연적을 없애버리고 그 흔적을 말끔히 지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알렌과의 맹세는 어디까지나 흉기나 그외 도구등으로 상대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입히지 말것을 이야기했을뿐, 순수히 자신의 육체로 연적과 싸우는 것을 어느 정도 제한을 했지만 완전히 금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알렌의 맹세를 어기지 않고 상대를 이곳에서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지울수 있다.
게다가 알렌이 돌아와서 눈앞의 연적을 찾아도 그저 떠났다고하면 그만이다. 물론 알렌은 자신이 저 더러운 여자를 없앴다는 사실을 알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심증이 있어도 그것을 증명할 물증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말을 겉으로나마 믿을 척할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신마저 없으면 발이 불편한 알렌의 곁을 함께해줄 사람은 없으니까. 이 험난한 세상에 장애를 가진 사람은 사람으로서 취급받을수가 없다. 자신이 알렌의 곁에서 평생 떠나지 않을 것처럼 알렌 역시 자신을 절대 버릴수가 없다.
설령 그것이 알렌에게 소중한 여자를 지워버린 잔인한 여자라고 해도말이다.
스으윽-
안나와 마리의 손이 천천히 연적의 치마 아래에 있는 허벅지를 쓰다듬으면서 서서히 올라간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서서히 허벅지를 타고 골반으로 올라가 은밀한 여성의 그곳이 있는 곳에 잠시 멈췄다. 그리고 서로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더니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자신의 것을 멋대로 탐한 도둑고양이를 향해 비웃는다.
문질문질-
"우스워. 자신이 뭐라도 되는줄 알고 나에게 이쪽의 승부를 제안해? 사랑과 목숨뿐만 아니라 자존심마저 빼앗아 없애줄게, 안나."
"재미있네. 언제까지 훔친걸 자기것인줄 알고 착각하는 네년을 더는 볼수 없었거든? 그러니 모두 돌려받고 흔적도 없이 지워줄게, 마리."
서로 밀착한 상태로 연적의 음부가 있는 곳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문질러대면서 도발하는 두 여성. 입꼬리는 웃고 있지만 눈은 살의로 번득이면서 한시도 서로에게 떨어질줄 몰랐다. 풍만한 젖가슴들이 밀착하여 서로 눌러대고, 민감한 음부를 무방비하게 상대에게 내놓은채로 도발하면서 연적의 음부를 자극하는 두 사람.
알렌은 몰랐지만 이 인근의 지방에서 옛부터 여성들간의 은밀한 다툼으로 서로의 여성을 겨루는 결투가 종종 있었다. 그것은 남자들의 결투와 달리 은밀한 결투였고 단순히 서로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닌 상대와 자신의 우위를 재정립하고 굴욕을 안겨줌으로서 정신적인 상처를 입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리와 안나라는 두 처녀가 하는 결투는 거기서 더욱 극단적인 여성의 싸움이었다.
상대의 은밀한 곳을 자비없이 굴복할 때까지 자극하며
자신의 성감대가 범해지는 것을 이를 악물고 인내하며
서로의 성감대를 어느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부딪히는
다소의 폭력이 섞여든 암컷의 성적인 싸움이 두 여자가 알렌과 이 목장을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마지막 결투였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패배한 여자는...... 절대 고운 결말로 끝날리가 없었다.
<<추잡하고 역겨운 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렌도 아닌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미운 연적과 서로 성적인 접촉을 하는 싸움을 해야된다는 것이 화가나고 짜증나는 두 여성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사람의 여자로서 그리고 한명의 포악한 암컷으로서 상대의 신체가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신경이 쓰인다는 것은 상대가 자신에게도 위협적일 정도라는 이야기였고 그말대로 마리와 안나는 서로의 신체가 객관적으로 보아도 서로 대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도 내가 더 기술은 위야.>>
하지만 여자로서의 기교와 알렌과의 궁합은 자신이 위라고 두 여자는 믿어의심치 않았다. 암묵적으로 어쩔수 없이 인정한 알렌과 상대의 정사가 끝난 후 다음날의 알렌의 상태를 보는 것이 너무나도 숨이 막히고 괴로웠지만 한편으로 자신이 더욱 알렌을 기쁘게한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 결투를 떠올랐을 때 안나가 먼저 제의하였고 마리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한남자를 공유하는 두 연적은 당연하게도 서로가 너무나도 밉고 싫었기에 이제는 단순히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닌 마지막까지 굴욕을 주어서 여자로서의 정복감과 승리감을 취하고 싶었다.
그리고 두 여성이 이렇게 알렌을 속여서 급하게 결투를 치루는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서 더 저 여자가 알렌과의 정을 맺으면 이제는 쫓아낼수가 없다. 그리고 알렌이 이만큼 자리를 비울수 있는 기회는 겨울이 찾아오는 순간 절대 없을 것이다. 만약 지금 저 여자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겨울내내 소중한 보금자리 안에서 알렌과 저 여자가 정사를 나누는 소리를 방한구석에서 귀를 틀어막고 들어야만한다. 그것도 매일매일 저 여자와 얼굴을 마주하면서 같은 방, 같은 공기, 같은 체온을 공유하면서 말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견딜수 없었고 생리적으로 무리인 두 여자였다.
"읏..."
"앗..."
그리고 어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여성의 입에서 동시에 짧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자신의 속옷이 조금이지만 축축해졌다는 것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며 자신을 더럽힌 연적을 노려보는 안나와 마리.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덤벼들 듯이 노려보는 저 건방진 여자를 쓰러뜨리고 때리고 걷어차고 단검으로 목을 찔러서 피분수를 일으켜서 죽여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알렌과의 약속과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간신히 스스로를 진정시킨 두 여성은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고 짧은 저주와 욕설이 뒤얽인 말만을 내뱉는다.
""오늘 밤에 결착을 내주겠어.""
"금발창부", "빨강창녀."
그렇게 말하면서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으르렁거리던 두 여성은 서로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안나는 소중한 젖소가 있는 목장쪽으로, 마리는 귀중한 땔감을 모울 숲쪽으로 두 여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좌우로 갈라져서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각자가 목표한 방향으로 사라지는 그녀들의 표정에는 방금전 한순간이지만 자신이 연적에게 가버렸다는 굴욕과 미움으로 엉망이 된 암컷의 얼굴이 되어있었다.
"하아... 흐으... 젠장할..."
"크으... 아아... 빌어먹을..."
겨우 젖가슴을 맞대면서 도발하고 소중한 그 사람의 음부가 있는 곳을 조금 문질러졌을 뿐인데 너무나도 흐트러진 자신의 모습에 믿을수 없는 마리와 안나. 겨우 짧은 접촉으로 안면이 너무나도 달아올라서 발갛게 익어버리고, 상대의 손가락과 젖가슴이 비벼댄 곳에 생긴 미열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서 가빠진 숨으로 헐떡이는 모습을 절대 저 여자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평소라면 주먹과 발길질이 오갔을터인데 재빠르게 서로 떨어져서 헤어진 두 사람. 연적에 의해 달아올랐다는 사실에 두 여성은 깊은 수치심을 느끼며 자신이 당한 이 수모를 반드시 배로 갚을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당신을 저 금발머리에게서 반드시 되찾겠어요."
"당신을 저 빨강머리로부터 반드시 지키겠어요."
"그러니 기다려주세요, 알렌..."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알렌..."
""당신이 돌아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둘게요.""
두 여성은 오늘밤 정해질 그녀들의 결투에서 사랑하는 알렌과 그와 소중한 그와의 보금자리를 걸고 자신의 목숨과 여성을 건 결투에서 기필코 승리할 것이라고 각오한다. 그 결투의 끝에 설령 다소의 씻을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하여도...... 두 여성의 결투는 이제 피할수 없었다. 알렌이 두 사람을 두고 떠나는 것에 고민할 때 그녀들은 <이곳>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이곳>에 그 연적은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저 여자는 불필요한 방해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알렌을 현혹하는 저 여자 때문에 자신의 남자가 도저히 선택할수 없다면, 비록 평생 미움을 받을지라도 앞으로 인생을 약속할 반쪽으로서 자신이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한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씨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남자가 죄를 지을 필요는 없다. 이 모든 죄는 자신이 가져갈 것이니까. 그러니 알렌이 돌아온다면 분명 둘중 하나는 이곳에 영영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생명이 사그라드는 겨울이 찾아오기 전의 어느 날의 밤.
두 여성의 운명이 교차하고 갈라질 깊은 어둠의 시간이 되었다.
6.각성.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달이 뜬 깊은 밤이었고 싸늘한 공기가 매섭게 휘몰아치는 밤이었다. 그리고 산속에 있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채의 마구간이 있었다. 이 마구간은 과거에 여러마리의 말들을 사육하였지만 몇십년전부터는 더이상 말을 키우지 않고 그저 창고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그곳에 한명의 인영이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는 소리를 내면서 다가가고 있었다.
저벅저벅-
어둠 속에서 달빛만을 의지하며 걸어가다간 잘못하면 넘어져서 쓰러질 법도 한데 후드를 뒤집어뜬 인영은 이 길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다는 듯이 조용히 하지만 거침없이 마구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한두번 이 길을 걸어본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끼이익-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서 비명을 지르는 문을 열고 후드를 쓴 인영이 들어갔다. 그러자 보인 것은 창고로 쓰였음에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휑하게 비워진 마구간의 모습이 있었다. 굳게 닫혀 있는 창문과 최소한의 빛을 내기위해 벽에 걸린 작은 랜턴들 그리고 조용히 창문을 통해 어두운 숲속을 바라보고 있는 후드를 쓴 또 다른 인물이 서있었다.
"차라리 도망갔더라면 굴욕적일지언정 목숨만은 구했을텐데. 겁도 없이 잘도 왔구나? 금발머리."
창가의 인물이 천천히 후드를 벗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빨강머리의 여인, 안나가 조용히 연적을 향해 느긋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쪽이야말로 이제와서 겁이나서 도망치겠다면 보지 못한척하고 놔줄이 있어, 어때? 빨강머리."
방금전 마구간에 도착하여 인물이 천천히 후드를 벗자 그곳에 드러난 것은 금발머리의 여인, 마리였다. 그리고 그녀는 무표정하게 안나를 직시하면서 천천히 다가간다.
"하하핫... 내가 왜 그래야하지, 마리? 너따위를 내가 설마 무서워할 것 같아?"
"후후훗... 물론 너는 내 아래잖아, 안나? 너같은 것에게 지금도 내가 마지막 자비를 주는거야?"
"어머... 내가 네년의 아래라고? 알렌이 아니었으면 네년은 벌써 갈기갈기 찢겨서 저 숲속에서 사는 늑대들의 먹이가 되었어, 마리."
"흐응... 너야말로 무슨 착각을 하고 있어? 알렌 덕분에 네년은 저 뒷산에 흙에 파묻혀서 거름이 되는걸 모면한거야, 안나."
투욱-
마구간의 중심에서 옷으로도 다 숨길수 없는 풍만한 젖가슴들이 서로 가볍게 부딪히고 눌려진다. 그 탐스럽게 자란 부드러운 암육이 마치 푸딩처럼 출렁거리면서 서로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기싸움을 하였다. 그 상태에서 어느쪽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전진을 하자 양측의 가슴들이 비좁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면서 서서히 짓눌리고 팽창하였다.
"그리고 나와 제대로 붙을 자신이 없으니까 알렌을 핑계로 여자의 싸움을 제안한건 너야, 빨강머리? 그런 네년에게 안타깝지만 여자로서도 내가 네년보다 몇배는 우위야?"
"알렌을 방패로 삼더니 이제 내 제안마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서 헛소리를 하는구나, 금발머리. 그런데 이를 어쩔까? 여자로서도 내가 네년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이 지금 증명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하핫... 그럼, 네년의 가슴이 지금 내 가슴에 눌리는걸 그렇게 보고 있니? 망상쟁이야."
"후훗... 그래, 네년의 가슴이 지금 내 가슴에 밀리는걸 보고 하는 소리잖아? 헛소리꾼아."
낮에 제대로 승부를 보지못했던 가슴들을 다시 한번 겨루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음습하게 비꼬고 조롱하는 두 처녀들은 천천히 자신의 몸을 비틀면서 자신의 육중한 젖가슴으로 상대의 젖가슴을 지그시 눌러가면서 압박하였다. 하지만 그녀들이 원헀던과 다르게 양측의 젖가슴은 팽팽한 접전을 벌이면 어느쪽도 쉽사리 밀리지 않았고 그대로 진흙탕과 같은 교착상태에 빠진다.
"더러운 네년의 가슴 좀 치워, 금발머리."
"불결한 네년의 가슴이나 비켜, 빨강머리."
""......""
서로 차가운 눈으로 코끝을 맞대고 밤공기로 인해 뜨거운 숨결을 교환하면서 연적을 노려보는 두 사람. 아니 그것은 단순히 노려본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하였다. 마치 시선이라는 것이 서로 떨어질수 없는 실인 것처럼 서로 연결된 두 사람의 눈은 상대의 차가운 눈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못하고 완전히 서로 하나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서로 교환하는 것은 끝을 알수 없는 살의와 연적에 대한 불타는 증오, 나아가 한명의 여자로서 용납할수 없는 대등한 여자에 대한 본능적인 강렬한 경쟁심이었다.
""빌어먹게 거슬리는 년!""
꽈아아악-!
마리와 안나의 참고 참아왔던 인내가 활화산처럼 터져나오면서 두 여자의 손이 상대의 머리채를 양손으로 잡아채고 그대로 몸싸움을 벌인다. 한 사람의 사라하는 남자, 하나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인만큼 상대를 향한 끊는 점은 너무 낮아서 조금만 툭 찔러도 금방 폭발하는 두 사람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사실 여자로서 이정도면 어딜가도 자랑해도 좋을 훌륭한 여체를 지녔기에 스스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가진 안나와 마리에게 그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연적이 자신과 맞먹으면서 위협적인 여체는 가졌다는 사실은 도저히 견딜수 없는 사실이었다.
"더 이상은 네년을 용서하지 않아! 이 빨강머리년!"
"누가 누굴 용서하지 못하겠다는거야! 이 금발머리년!"
""이 자리에서 끝장을 내주겠어!!!""
힘과 힘, 부피와 부피의 육중한 몸싸움을 벌이는 젖가슴들이 크고 넓은 면적으로 서로 맞대어간다. 하지만 한쪽이 눌러지면 반대쪽이 밀려버리고, 밀린쪽에 집중하면 또 다른쪽이 압박당한다. 그런 접전 속에서 서로의 이마를 딱붙이고 코끼리 뭉개면서 상대의 여자로서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머라카락을 조잡하고 난폭하게 쥐어뜯으면서 다투는 두 여성들. 그녀들은 마구간의 중앙에서 휘청휘청거리며 분주하게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해 연적의 발을 걸거나 탄탄한 허벅지끼리 충돌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는 두 여성.
"이거 놓지 못해!"
"네년이나 손을 때!"
서로 으르렁거리는 두 여자가 상대의 말을 들을리 없었다. 점점 싸움은 커져만갔고 안나가 마리의 음부를 무릎으로 가격을 시도하고, 마리가 안나의 음부를 무릎으로 찍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너무 밀착한 상태의 몸싸움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로 제대로 치지 못하고 어느 정도의 통증과 굴욕만을 주는 선에서 끝나고 말았다.
"아앗"
"으읏!"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교착을 뒤바꾸는데 충분하였다. 서로 신음을 내뱉으면서 몸싸움을 벌이던 두 여자는 그대로 마구간의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른다. 그리고 서로 상대의 위를 차지하가 위해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 거의 동등한 신체와 체력을 가진 두 여자는 어느쪽도 쉽사리 상대의 위에 올라타지 못하고 상대의 머리카락을 한움큼이나 쥐어뜯고 사방에 흩뿌리면서 상대에게 오만가지 천박하고 저급한 욕설을 퍼붓는다.
짜악-!
"으읏!"
"아무 남자랑 붙어먹는 불결한 빨강머리 계집년이 감히 덤벼?!"
마리가 안나의 뺨을 강하게 떼렸고 안나는 그대로 반항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마리는 그위에 올라타서 주먹으로 그토록 거슬리던 연적의 가슴에 린치를 가한다. 안나의 가슴은 마리에게 무방비한 공격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고 안나는 비명과 저주를 토해내면서 마리의 옷을 붙잡으면서 자신의 위에서 필사적으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그 과정에서 안나의 가슴을 감추고 있던 상의가 힘없이 찢어졌고 안나의 가슴을 보호하던 검은색 브래지어는 제대로 고정도 되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내렸고, 안나의 새하얗고 부드러운 한쌍의 젖가슴이 굴욕적으로 노출되고 말았다. 그 사실에 이미 한계까지 분노한 안나의 주먹이 마리의 아랫배를 가격하였다.
퍼억-
"아악!"
"몸이나 팔면서 구걸하던 더러운 금발머리 계집년이 잘도 했겠다!"
안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마리를 넘어뜨리고 이번이 자신 위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당했던 것을 배로 갚아주기 위해서 마리의 소중한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천옷의 단추를 그대로 잡아뜯어내고 빨간 브래지어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러자 마리의 탐스럽고 새하얀 한쌍의 젖가슴들이 무방비하게 결투의 장에 튀어나왔고, 그렇게 노출된 부드러운 연적의 젖가슴을 안나는 자신이 몇번이고 주먹으로 떼리면서 자신이 당했던 아픔은 물론 천박한 젖통 주제에 자신의 젖가슴을 향해 덤빈 대가를 배로 치루게 하였다.
마리는 극심한 고통에 제정신을 차리면서 어떻게든 자신의 위에 올라탄 안나를 떼어내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안나의 머리채를 잡기도하고 옷자락을 더 끌어내려서 안나의 피부를 싸움터에 더욱 노출시켰다. 이에 안나도 지지 않고 마리의 머리채를 더욱 쥐어뜯으며 마리의 상의를 벗겨내서 마리의 살갗을 차가운 공기에 더욱 노출시켰다. 그러다가 마리가 필사적인 몸부림 끝에 안나를 어떻게든 발로 밀어냈고, 안나도 힘에 위협적인 발길질을 피해서 물러설수 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늦은 밤, 희미한 불빛만이 흐르는 마구간에서 두 처녀가 숨을 거칠게 토해내면서 서로 노려보며 대치한다.
마리는 자신의 젖가슴에 느껴지는 욱신거리는 통증과 연적에게 수치스럽게 벗겨졌다는 사실에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안나는 자신의 젖가슴에 여전히 남겨진 고통스러운 아픔과 연적에게 굴욕적으로 탈의되었다는 현실에 주먹을 꽉 쥐었다.
안나와 마리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서는 연적을 천천히 관찰하였다. 당당하게 노출된 자신과 연적의 우윳빛깔의 새하얗고 말랑말랑한 젖가슴과 잡티없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피부, 그리고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자 활짝핀 꽃처럼 불쑥 젖가슴 위로 튀어나온 발기한 젖꼭지등등, 하나하나 세세하게 서로의 우위를 비교한 두 여성은 한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믿을수 없을 정도로 동등하다.>>
결코 믿고 싶지도 않았고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을 결국 목도하게 된 사실에 두 여성은 절망하고 분노하였다. 자신이 분명 더 우월한 여성일텐데 어째서 저런 여자가 자신의 소중한 이에게 들러붙었단 말인가? 이것은 분명 신의 실수이거나 악마의 농간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한낱 인간이자 평범한 시골의 처녀인 그녀들에게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가족들을 잃어버릴 때처럼 방황하고 도망치거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거나.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미 모든 것을 잃은 두 여성이 선택할 것은 한가지 길뿐이었다.
스르르륵-
입고 있던 옷을 하나둘씩 전부 벗어내는 빨강머리와 금발머리의 두 젊은 처녀들.
마치 비좁은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아름다운 우화하는 것처럼...... 허름한 옷들을 모두 바닥에 흘려버리고 오로지 사랑하는 그 남자만을 위해 준비해왔던 조금 고급스러운 검은색 팬티 한장만을 걸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을 전부 창문을 통해서 밖으로 버린 두 여성은 천천히 몸을 돌려서 연적을 향해 다가간다.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고 마치 요정처럼 조용히 상대를 향해 조신히 걸어가는 두 처녀들.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 바닥을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서로의 거리를 좁히더니 서로 한걸음 물러선 곳에서 두 여성은 대치한다.
처음에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오로지 분노와 증오만을 숨죽인채 불태우면서 그저 야만적으로 서로 치고박고할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제는 잘갈무리된 정갈한 분위기에서 두 처녀는 너무나도 느긋하고 여유만만하게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은 두 여성이 서로의 아름다운 여체를 보면서 한가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안한 안나도, 받아들인 마리도 그저 전통적인 여자의 결투를 치루자고 했던 것은 단지 몸에 상처가 적게 남으면서 알렌의 약속한 맹세를 우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전까지 서로 살을 맞대면서 그저 치고박고 하는 싸움을 하고난 후 마주한 상대의 여체를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짜증날정도로 아름답다.>>
밤의 마력 때문일까? 아니면 격한 싸움의 흥분 때문일까? 혹은 양쪽 모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마리와 안나의 심경은 달라졌다. 그저 형식만 다를뿐 서로의 암컷을 겨루는 싸움이라고 했지만 결국 방금전과 같은 그저 야만적인 폭력을 부딪히면서 싸우는 것은 지금까지와 다를바 없었다. 그러나 자신과 대등한 연적의 아름다움과 여체를 싸움의 흥분 속에서 목격하자 한명의 여자로서, 한명의 암컷으로서의 자아와 본능이 더욱 비대해지고 강해졌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누구인지.>
<범하고 범해서 완전히 뭉개버리고 싶다.>
꽈아아악-
츄르으읍-
문질문질-
아마 알렌이 보는 순간 너무 놀래서 기절하지않을까? 그렇게 여겨질 정도의 모습이 지금 이 조용한 밤의 어느 마굿간에서 벌어진다.
방금전과 같이 안나와 마리, 빨강머리와 금발머리가 서로의 머리채를 붙잡고 서로 이마를 맞대고 코끼리 문지르면서 서로의 노출된 젖가슴을 맨살로 문지르는 것까지는 전체적인 구도는 같았다. 하지만 그와 달라진 것은 마리와 안나가 서로의 머리채를 잡아뜯으면서 싸운 것은 그저 힘과 힘을 충돌하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순히 쥐어뜯는 것이 아닌 상대가 도망칠수 없게 만들기 위해 부드럽게 머리채를 감싸고 고정하여 서로의 접촉을 이어가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함이었다.
흐읍...
츄응...
그리고 그 주도권이라는 것은 놀랍게도 안나와 마리의 입술이 진하게 겹치면서 서로 혀를 집어넣고 상대의 타액을 받아내면서 상대의 연약한 곳을 애무하는 것이었다. 연적과 입맞춤을 하느니 그냥 혀를 깨물고 자결을 선택하는 것이 본래의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꺼풀 껍질을 벗어던진 두 여자는 이제 단순히 짐승처럼 분노를 무분별하게 터트리는 것이 아닌 정갈하게 자신의 분노를 갈무리하여서 연적의 소중한 안쪽과 자신의 남자의 것을 탐했던 더러운 구멍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을 자신의 색으로 칠할수 있게 되었다.
문질문질
흐응-
하읏-
서로 겹쳐진 입에서 약한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두 여성의 새빨간 입술은 부드럽게 격렬하게 살갗끼리 애무한다. 그만큼 가까워진 두 여자의 눈동자에는 처음과 똑같은 증오와 미움 그리고 살의는 여전히 넘쳐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두 여성은 이제 무분별하게 터트리기 않는다. 그것마저 소모해야될 자원으로 이용하며 상대에 대한 온갖 부정적인 감정을 뜨겁고 격렬한 살섞음과 마찰로 풀어내간다.
탐스러운 젖가슴들이 서로 경계선을 이제 구별할수 없을 정도로 격렬하게 뭉개지고 부벼대면서 영역쟁탈전을 벌인다.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 탐스러운 젖가슴들끼리 힘겨루기를 이어나가면서 상대의 폐를 압박하고, 민감한 피부를 열기로 자극하여서 점점 몸과 마음을 흐트러지게 만들어간다. 그 때마다 안나와 마리의 겹쳐진 두 입술이 서로 타액과 호흡을 탐하였고 그럴때마다 야릇한 신음과 가버렸다는 사실에 분노가 터져나와서 다시 한번 격렬하게 서로 애무하고 빨아먹으면서 서로 다시 하나가 되어서 뒤엉켜간다.
꽈아아악-
츄르으읍-
문질문질-
미약한 촛불의 빛만 비추는 어두운 마굿간에서 두 아름다운 백색의 여인들이 아름다운 한쌍이 되어서 서로 탐하고 탐한다.
누가 본다면 그저 진한 여성들의 애정행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중대한 착각이다. 마리와 안나는 여전히 상대를 향한 부정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지금도 방출하고 있었다. 다만 그 형식이 단순히 수많은 피를 묻혔던 한마리의 포악한 짐승에서 지금은 굶주리고 탐욕적이면서도 아름답고 우아한 한마리의 암컷이 되었다는 것뿐이다.
"더러운 창녀 따위가."
"불결한 창부 주제에."
""그 냄새나고 구역질나는 입좀 제발 닥쳐!""
츄르으으으으읍-!
그러면서 두 여성은 서로 잡아먹을 듯이 그 아름다운 입을 크게 벌리면서 서로 겹치고 상대의 머리채를 잡고 격렬하고 난폭한 딥키스를 이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 몸이 엉켜서 바닥을 구르면서 벌거벗은 신체들이 서로 민감하게 문질러졌다. 그럴 때마다 더욱 흥분하고 난폭해진 마리와 안나의 성교의 탈을 쓴 싸움은 점점 심해져갔고 바닥을 구르면서 또다시 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진다.
위에서 자신의 가슴으로 상대의 가슴을 누르고, 아래에서 자신의 가슴을 위로 쳐올리며 반격하기도 한다.
아래에서 상대의 입술에 달라붙어서 진득하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기도 하였고, 위에서 상대의 입술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반항하지 못하게 억눌러서 타액을 갈취하기도 한다.
"하아... 츄릅... 알렌은 내거야...!"
"추우... 흐읍... 알렌은 내거야...!"
""우우우우우우우우우으읍!!!!!!!!!!!!!""
이와 같은 상황이 몇번이고 반복해서 이어진다. 역전에 역전이 계속될 때마다 두 사람의 굴욕적이면서 쾌락적인 신음과 저주, 욕설과 비난이 점점 거세졌다. 마치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진하고 독한 두 암컷의 무한한 뒤엉킴을 서로가 서로를 구속한채로 끊임없이 구르고 구르면서 몇번이고 몇십번이고 이어나갔다. 마치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그토록 미워하던 연적의 입술과 혀를 격렬히 집착하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시작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하아... 츄르브..."
"쮸우우... 후우..."
""덤벼...!!!""
더 이상 자신도 연적도 위를 차지할 체력이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마리와 안나는 서로 노려보더니 이내 서로 마주 누운 상태에서 차가운 바닥에 누웠다. 그러고는 상대 뒷머리카락을 양손으로 강하게 부여잡고는, 결코 상대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연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어넣으며 하나로 겹쳤다. 서로 몇번이고 과호흡을 일으킬 정도로 진하고 격한 키스를 이어나가던 두 사람이었다. 알렌의 남자답게 거칠고 단단한 입술을 부드럽게 녹여왔던 두 여성에게 자신에게 지지않을 정도로 말랑말랑한 입술은 녹여내기에는 너무 부드러웠다. 오히려 자신이 녹아버려서 하나의 덩어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정도로 연적의 입술은 농밀하고 중독성이 있었다.
물컹물컹-
한손으로도 잡기 힘든 탐스러운 과육인 젖가슴들끼리 마치 난폭한 소끼리 영역을 싸움을 하듯이 자신의 젖꼭지로 상대의 젖꼭지에 박아넣으면서 밀어붙인다. 서로 긁어대고 애무하며 다시 발기하고 겉은 단단해지고 속은 야들야들해진 젖꼭지끼리의 첫접촉이라는게 믿기지않을 정도의 격렬하면서 뜨거운 싸움이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천옷을 넘어서 간접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았으며 자신의 젖가슴을 찔러대고 긁어대는 아픔을 주는 짜증나는 연적의 것이었다. 그런 두 여성의 젖꼭지들끼리 서로 맨살로 조우하여 이제는 마음껏 서로 마주 찌르고 긁고 박아대며 격렬한 암컷의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다른 여자의 젖꼭지와 서로 직접 접촉한다는 너무나도 익숙치 않은 경험과 한번에 너무 많은 성적자극이 익숙치 않은 탓에 두 처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진다.
""으우우우우우우우우으으읍!!!""
주르르르륵......
서로 잡아먹을 듯이 너무나도 광포하고 짐승같은 먹고 먹힘의 딥키스와 성난 소처럼 서로 충돌하면서 밀고 밀리는 팽팽한 싸움을 했던 젖가슴등의 상체싸움은 두 여성이 함께 상대의 입안에 교성을 토하면서 동시에 가버리고 실신하면서 끝나고 말았다. 겨우 입술끼리, 젖가슴끼리 체액과 열기를 나누었을 뿐인데 두 여성은 너무나도 허무할 정도로 쉽게 가버리면서 끝나고 말았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방금전까지 격렬한 사투와 교성의 소리가 뒤섞였던 마구간의 바닥에 두 여성은 연적을 결국 풀어주고 차가운 바닥에 나란히 누운채 가쁜 숨을 몰아쉰다. 입술은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과 두 사람의 서로 다른색의 머리카락이 몇가닥 붙어있었다. 젖가슴은 땀과 침으로 흠뻑 젖었고 거친 숨을 몰아쉴때마다 그 크고 웅장한 부드러운 곡선의 둔덕이 출렁거렸다.
안나는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고, 마리는 한쪽팔로 자신의 엉망이 된 얼굴을 숨긴다.
자신이 저 여자를 범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버렸다는 사실에 깊은 분노와 서러움으로 애민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굴욕에 치를 떨면서 흐느끼는 두 여성들.
흐으... 흐....
하... 하아...
그런 두 여성의 점점 가늘어져가는 숨소리와 잦아들어가는 흐느낌을 제외하면 마구간에는 다시금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한다. 방금전의 싸움은 어디까지나 무승부일뿐 결투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대로 물러설만큼 약한 여자들이 아니었다. 칠년이라는 전쟁으로 질서와 치안이 엉망이 된 이 나라에 살아가는 사납고 포악한 암짐승들이다.
"죽여버릴거야... 안나!"
"없애버리겠어... 마리!"
그런 두 여자가 결코 연적이라는 이름의 경쟁자를 용납할수 없었다. 자신의 남자, 자신의 집, 자신의 목장을 위해서 상대를 지울 것이라고 맹세한 욕심많고 진인한 두 암컷들. 그리고 어디까지나 다음 싸움을 위한 겨우 한번의 휴식기가 끝난다면 두 암짐승은 다시 한번 사냥을 나설 것이다. 두 여성은 오늘밤 이 마구간에서 결투를 하기로 정한 순간부터...... 아니 그 이전에 처음 만난 그날 알렌이 말려서 끝을 보지 못한 그 때부터 어느쪽이 지워질 때까지 몇번이고 몇십번이고 싸울 것을 스스로에게 맹세하고 있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과 뜨거운 정사를 하면서 맺은 맹세를 비록 어기는 일이었고, 그 끝에 자신이 평생 미움을 받는다하여도 두 여성은 이미 각오가 끝난 상태였다.
스르르르륵...
그리고 두 여성은 마치 무덤에서 망자가 되살아나는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조용히 몸을 돌려 자신을 엉망으로 만든 연적에게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노골적인 적대감으로 얼룩진 미소를 지었다.
차아아악-!
그 순간 두 여성의 몸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달려가서 서로 난폭하게 뒤엉키면서 저급한 욕설과 맹목적인 비난, 비웃음이 섞인 조롱과 짐승 같은 포효를 토해내면서 싸우기 시작하였다. 오로지 자신의 소중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따뜻한 보금자리와 사랑하는 이의 곁을 독식하기 위해서 싸우는 두 여성.
그 사람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고, 그 귀여운 아이의 어미가 되는 것도.
이 조용한 집에서 활기찬 목장을 운영하며 단란한 일상을 보내는 것도.
오로지 자신이다.
""사라져!!! 방해꾼!!!""
퍼억- 퍼억-
원하는 여성은 두명 그러나 오직 하나뿐인 자리.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저 한낱의 짐승이 되어서 두 여성은 싸울수 있었다.
그리하여 어두운 밤, 집에서도 떨어져 희미한 불빛이 흐르는 빈 마구간은 몇십년만에 뜨겁고 난폭한 생기가 감돈다.